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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가 지금 운동 할때냐?

개발자로 일한지 2년 차 때 팀장님이 스~윽 내 뒤에 오셔서
내가 하고 있는 일을 보고 있는 듯 하셨다. (소위 말하는 병풍....)
사회초년생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어느 정도 조직 문화가 있는 회사에서 팀장님이 내 뒤에 와서 아무말 없이 내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머릿속은 온통 하얘지고 등에서는 식은 땀이 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 이다.
나 또한 그냥 최대한 신경이 안쓰이는 척을 하며 일을 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팀장님이 내 책상의 달력을 집어 드셨다.
그 달력에는 내가 퇴근하고 했던 운동 기록 같은게 적혀있었다.

단순하게 월요일은 가슴 운동, 화요일은 등 운동 과 같은 내용이었다. 그래서 속으로 ‘음 뭔가 운동도 열심히하네’ 라고 칭찬해 주시려나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팀장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반대의 이야기 였다. 그 말인 즉슨 ‘너가 지금 운동할 때냐?’ 였다.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나는 너무 잘못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며 내 달력을 보고 있는 팀장님을 돌아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.

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내 자신이 좀 바보 같긴 하지만 차라리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었던게 다행이기도 한 것 같다.
이미 나에 대해 꼬아서 보고 있는 사람에게 그도 팀장에게 굳이 거기서 저 운동하고 와서 다시 일하는데요,,,잠깐 머리 식히러 가는건데요,,라고 해봐야 이해해 줄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더 서로의 감정만 안좋아 졌을 것 같다.

내가 다니던 회사는 꼭대기 층에 헬스장이 있었고 회사 사람이면 누구나 퇴근 시간 이후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.
나의 경우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다가 퇴근 시간 쯤 한 시간 정도 아무 생각 없이 땀흘릴 수 있는 그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.
그렇게 운동하고 나면 이전에 개발할 때 어떻게 구현해야될지 막막하던 부분들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오히려 업무의 효율도 높아졌었다.

이런 상황에서 팀장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다보니 뭔가 정이 확 떨어지는 기분이었다.
그 당시의 나를 위해 지금의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한 마디 해주고 싶다.
“(옷위로 튀어나온 배를 보며) 운동은 당신이 해야될텐데”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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